[2015 한∙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으로 방한한 에바 마티네즈 © Eva Martinez
[2015 한∙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으로 방한한 에바 마티네즈와 무용가 아카쉬 오데드라 ©

Eva Martinez 

2015년 12월, 한∙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UK-Korea Dance Exchange)의 일환으로 영국의 무용 전문 극장인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의 프로그래머, 에바 마티네즈(Eva Martinez)가 방한하였습니다. 그녀가 5일 간 서울에 머물르면서 방문한 기관과 만난 사람들, 그리고 보고 느낀 방문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새들러스 웰스의 프로그래머, 에바 마티네즈의 서울 방문기

2015년 12월, 저는 영국의 무용 전문 극장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의 프로그래머로서  한∙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UK-Korea Dance Exchange)에 참여했습니다. 한∙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은 영국의 무용 아티스트와 기획자들이 1주일간 서울을 방문하여 한국의 무용씬을 살펴보고,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양국 간 협업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주한영국문화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바쁘지만 알찬 일정을 준비해주었고, 매 끼니를 서울의 맛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서울에 머물렀던 5일 동안 25명이 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서울 사람들은 모두들 점심 식사 시간엔 일을 멈추고 식당으로 향합니다!).

전통 무용이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는 나라인 한국의 많은 예술가들은 새롭고 동시대적인 형태로 무용 작업을 하기 위해 큰 결심과 용기를 가지고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는 연극과 무용 전용의 공연장이 풍부하고, 많은 창작자들이 기존의 공연들보다 한 걸음 더 진보한 공연을 선보이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동시대적 사고를 지닌 LG아트센터 와 같은 곳에서는 이미 아크람 칸 이나 매튜 본과 같은 영국 예술가들이 공연을 가졌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만난 여러 공연 기획자들이 무용 관객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좋은 소식이지요.  현대 무용이 극장의 벽을 넘어 미술관과 갤러리를 비롯한 비전통적 공간에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 공연을 올리는 흐름이 강세인 요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트선재센터 등을 방문하는 일 또한 정말 의미있었습니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김선정 큐레이터를 만나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는 큐레이팅 작업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녀가 아시아에서 선보인 선구적인 작업들에 깊은 영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저는 그녀가 큐레이터로 참여한 전시들과 런던에서 ‘아방가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다양한 예술 작업들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아르코예술극장 의 공연이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루어진 남아프리카 미술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전시 등 제가 가는 모든 곳마다 관객들의 수와 관심이 대단했던 점도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방문했던 곳 중 일부는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서울무용센터는 여전히 새로 칠한 페인트 냄새가 났고 바닥은 막 새로 깐 듯 보였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제가 만났던 예술가들이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긴장을 화두로 작업하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특히 젠더 정치나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같은 주제에 관해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풍부한 감성과 지성을 지닌 젊은 여성 안무가인 김보라의 작업에서 이런 점을 잘 살펴볼 수 있었고, 지난 여름 베를린에서 직접 공연을 보기도 했던 정금형의 도전적인 퍼포먼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열린 아카시 오데드라의 워크숍을 통해서는 무용 작업실을 엿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재능 있고 뛰어난 기술을 가진 무용수들이 인도의 전통 무용에 눈을 뜨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Blue Poet D.T’가 제작해 초연을 앞둔 ‘I’m So Tired’의 드레스 리허설에 초청받았습니다(마지막 날 즈음에는 시차로 인한 피로와 빡빡한 일정으로 지쳐가고 있던 터라 제게 아주 잘 맞는 공연 제목이었죠!.) 이 공연의 안무를 맡은 예효승 안무가는 벨기에 무용단인 Les Ballets C de la B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예효승은 그가 일했던 무용단의 무정부적이고 혼돈에 가까운 무용극 형식을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해내고 있었습니다. 

연습실에서는 뜻밖의 선물 같은 일도 있었습니다. 작품의 음악을 ‘3호선 버터플라이’라는 한국의 1세대 인디 밴드가 맡았는데 (지하철 3호선과 관련한 밴드 이름이라고 들었습니다!), 마침 그들이 연습실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하고 있어 저와 함께 동행했던 주한영국문화원의 직원분과 제가 깜짝 놀랐던 겁니다. 이 밴드의 노래는 이제 제 스포티파이(Spotify) 음악 재생 리스트에 올라가, 12월의 서울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특히 아주 아름답게 부드러운 한국어와 도시를 이끄는 에너지를 말이지요. 제가 특히나 좋아했던 노래의 링크를 공유하며,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서울에서의 한ˑ영 무용 교류 프로그램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BGkRwUDKig

Kamsa Hamnida (감사합니다).

필자: 에바 마티네즈(Eva Martinez)

에바 마티네즈(Eva Martinez)는 공연 예술 큐레이터 겸 프로듀서이자 컨설턴트입니다. 2013년 9월 영국의 무용 전문 제작 극장인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의 프로그램 기획자 겸 프로듀서로 취임하여 극장의 릴리안 배일리스(Lillian Baylis) 스튜디오의 큐레이팅을 맡아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동시에 차세대 안무가 육성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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