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작가인 제레미 델러의 ‘잉글리시매직’  입구 (사진: Cristiano Corte)
2013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작가인 제레미 델러의 ‘잉글리시매직’  입구 ©

Cristiano Corte

영국문화원이 운영하는 2013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을 소개합니다!

 세계 최고의 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참여 국가들이 그 나라의 동시대 미술을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작가를 선정하여 각자의 파빌리언(전시를 위한 가설건물)에 전시를 선보이기 때문에 ‘예술계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립니다.

영국관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가장 오래된 파빌리언 중 하나로, 1938년 이래로 영국문화원이 이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영국문화원은 바바라 헵워스(Babar Hepworth)부터 길버트와 조지(Gilbert and George)까지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해왔고 올해에는 제레미 델러(Geremy Deller)가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의 전시 큐레이터이자 영국문화원 시각예술 담당자인 엠마 지포드미드가 제레미 델러의 ‘잉글리시 매직’을 소개합니다.

 

왜 제레미 델러인가?

올해의 영국대표 작가인 제레미 델러는 영국 전역의 예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 심사원단에 의해 선정되었지만, 사실 그가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작년에 그는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조이 인 피플(Joy in People)이라는 제목의 큰 회고전을 가졌고 그 후 벨기에와 미국에서 차례로 순회 전시를 가졌습니다.  BBC의 ‘컬쳐쇼’와 함께 그의 작업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상인 ‘제레미 델러: 중산층 영웅(Jeremy Deller: A Middle Class Hero)’을 만들어 각종 상을 휩쓸기도 했고, 영국의 천재 예술가 브루스 레시(Bruce Lacey)에 관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출하고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2004년 터너상 수상으로 공식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1984년에 광부 수천명과 경찰이 대치했던 사건을 표현한 ‘오그리브의 전투(The Battle of Orgreave ,2001)’와 영국 민속관습과 대안 문화에 관한 영화, 사진, 오브제들을 한 데 모아 전시했던 대형 프로젝트 ‘포크 아카이브(Folk Archive, 2005)’와 같은 작품들은 영국인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보는 매우 가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작가가 아닌 사람들과의 협업을 즐기는 작가

제레미 델러와의 작업은 큐레이터로서 정말 새롭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혼자서 작업을 하기 보다는 자주 다른 사람들과 협업한다는 의미에서 전통적 스타일의 작가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동료 작가들이나 흥미로운 기술과 경험을 가진 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작업을 하기 때문에, 나는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만날 기회조차 없었을 그런 사람들과 이번 전시를 위해 함께 일해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비엔날레 영국관을 위해 함께 협력하여 작업했던 사람들에는 화가, 음악가, 고고학자, 현수막 제작자, 음악 팬들, 학생들, 폐차분쇄기, 맹금(부엉이, 독수리, 매 등), 투옥 중인 전 영국군인 등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협력한 사람들은 전시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 각자 분명한 역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제레미 델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처럼 서로 다른 사회의 부분들을 결합시켜서 결국 통합되고 서로 연결된 하나의 전시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이 녹아있는 전시

 ‘잉글리시 매직’ 전시는 영국의 문화와 국가 정체성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 중 대중 문화, 음악, 탈세, 책임, 역사, 예술과 공예, 군대, 감옥과 자연에 대한 생각들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주제들은 작가의 과거 작업에서 다루어져 왔던 것들이긴 하지만, 이번처럼 한 작업에 모든 주제들이 결합되여 선보이는 것은 처음입니다. 

전시의 제목인 ‘잉글리시 매직’은 다양한 요소들이 혼재되어있는 영국 사회와 그 사회를 이루고 있는 광범위한 문화, 사회정치, 경제의 역사에 대한 작가의 끝없는 관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세 개의 거대 벽화, 석기 시대의 손도끼들, 현수막,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영국의 화가이자 공예가, 건축가, 시인, 정치가, 사회운동가)가 만든 타일과 목판들, 죄수들이 그린 그림, 찌그러진 자동차, 영화,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 – 데이비드 보위가 자신의 페르소나로서 창조해낸 가상의 인물)의 사진과 같은 놀라운 광경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장 뒤에 마련된 작은 갤러리에는 방문객들이 잠시 앉아서 영국 차를 즐길 수 있는 무료 티 바(tea bar)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전시장은 꽤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 기존 건물의 모습을 보완할 수 있게끔 가볍고 밝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시된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문객들은 도전적이고 정치적인 생각도 함께 발견할 수 있을 것 입니다.  

한 그림은 조세 피난처인 저지섬에 반대한 영국 납세자들의 폭동에 의해 도시 전체가 화재에 시달렸던 세인트 헤일러(St Helier)의 한 장면을 담았습니다. 또 다른 방에는 한 때 군대에서 복무했던 경험이 있는 투옥자들이 그린 초상화들이 걸려있습니다.  그 그림에는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영국군 참전을 결정했던 토니 블레어(Tony Blair), 데이비드 켈리 박사(Dr David Kelly), 알리스테어 캠벨(Alistair Campbell)과 같은 정치적 인물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시 전체가 어둡고 우울한 것은 아닙니다. 영국관 작업을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담은 영상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는데요.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된 스틸 밴드가 연주한 랄프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어 가이 콜드 제럴드(A Guy Called Gerald),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음악들은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여러분의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고 하루 종일 콧노래를 따라 부르도록 할 것입니다. 음악과 영상은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레미 델러의 '잉글리시 매직'은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에서 2013년 6월 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전시가 되며, 그 이후에는 영국 내 투어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전시가 베니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투어는 영국 예술 기금(Art Fund)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며 런던에 소재한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 브리스톨시 박물관 & 미술관, 마게이트에 위치한 터너 컨템포러리에 전시될 예정입니다. 

 

필자 소개: 에마 지포드미드 (Emma Gifford-Mead)

에마 지포드미드는 영국문화원 본부 시각예술 부서에서 전시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문화원 시각예술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영국 시각예술계의 흥미롭고 유용한 최신 소식을 모은 이뉴스레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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