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te gallery, St Ives, Cornwall, England. © VisitBritain / Britain on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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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영국문화원은 한국인 최초로 테이트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이숙경 박사의 영국문화계 소식을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테이트: 영국 미술의 보고에서 현대미술의 메카로

런던 템즈 강변은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서머셋 하우스, 사우스뱅크 센터, 세인트 폴 대성당에 이르는 다양한 관심거리들로 인해, 항상 많은 관광객과 가족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햇살이 나는 좋은 날이면 3-4 km에 이르는 강변 지역은 지도를 든 관광객들과 조깅이나 산책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곤 한다. 잔잔한 강물 위를 가로지르는 관광 보트들과 각양각색의 교각들을 사이에 두고, 템즈강의 남단과 북단에는 각각 영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1897년 헨리 테이트 경(Sir Henry Tate)에 의해 설립되어 지난 100여년간 영국 국립 미술관의 역할을 지속해 온 테이트 갤러리가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과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으로 분리된 2000년 이래, 템즈 강변의 문화 지도는 이 두 테이트를 사이에 두고 다시 그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이트 갤러리의 확장

영국 정부의 밀레니엄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되는 테이트 모던의 설립은, 1988년 문을 연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 1993년 설립된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즈(Tate St Ives)에 이어 테이트 산하에 총 네 곳의 미술관 설립을 완결지었다. 런던 지역을 넘어 잉글랜드 북부와 서부로 국립 컬렉션의 전국적 확산을 도모한 테이트의 비전은, 밀레니엄을 맞아 비로소 전면적인 재구성 기회를 맞은 것이다. 런던 서더크(Southwark) 지역에 거의 버려져 있다시피 했던 화력 발전소를 재건축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발전소 본래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채 인상적인 중앙 터빈홀과 현대적인 갤러리 공간으로 개관 당시부터 눈길을 모았다. 프랑스 출신의 원로 미술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대규모 거미 설치 작품과 연대기적 구성 대신 주제 중심으로 재구성한 소장품 상설전으로 테이트 모던이 문을 열었을 때, 테이트는 이 미술관의 개관이 1920년대의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개관, 1970년대의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개관을 잇는 세계적인 미술계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밀뱅크(Millbank)에 자리한 본래의 테이트 갤러리 또한 테이트 모던의 신축과 발맞추어 증축의 과정을 거쳐, 보다 크고 현대적인 테이트 브리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네오 클래식 양식 건축물의 발판 위에 새로운 기획 전시 공간과 소장품 전시 공간, 장애인 출입 경로 등을 확보한 테이트 브리튼은, 말 그대로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영국 미술을 관장하는 영국의 대표 미술관으로 그 위상을 확보했다. 영국이 자랑하는 터너 컬렉션으로부터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YBA (Young British Artists)’에 이르는 영국 미술의 유산이 독립적인 연구와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은 상당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었다.

영국 국내 미술의 범주를 넘어 국제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테이트 갤러리가 영국 미술의 범주를 넘어 국제 현대미술의 컬렉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결정은, 거의 개관 직후인 1917년에 이미 내려졌다. 입체주의, 표현주의, 미래주의 등 다양한 아방가르드 미술이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당시의 상황은, 영국의 국립 컬렉션 또한 세계 미술의 동시대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기존의 테이트 갤러리가 규모 면에서나 성격 면에서 더 이상 하나의 미술관에 한정될 수 없다는 판단은 1980년대에 본격적인 증축 계획으로 이어졌고, 이후 테이트는 컬렉션의 문을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열기 위한 목적으로 런던 이외의 지역으로 그 물리적 범주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거의 20년 동안 진행된 테이트의 증축 계획은, 밀레니엄이라는 획기적 계기를 맞아서야 비로소 실현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100여년에 걸친 장기적 계획과 비전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테이트 모던의 개관을 비롯한 테이트의 양적, 질적 성장은, 테이트의 역사 뿐 아니라 영국 미술의 역사에도 중요한 전환과 발전의 계기로 작용하였다. 국제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영국 미술의 힘은, 1984년부터 개최된 개최된 ‘터너상(Turner Prize)’ 의 위상을 최근 들어 획기적으로 높였고,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마크 월린저(Mark Wallinger),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등 이 상의 수상 작가들은,  영국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10여년전부터는 영국 국적 작가뿐 아니라 영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작가들도 포함하기 시작하면서, 터너상은 더욱 중요한 미술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료 상설 전시, 테이트 온라인을 통해 가장 대중적인 갤러리로

무엇보다 독창적인 테이트의 성공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가장 대중적이고 개방적인 미술관으로의 재탄생이라는 점에 있다. 개관한 해에 525만 여명의 방문객을 맞음으로써 세계 현대 미술관 중 가장 많은 관객수를 기록한 테이트 모던은, 특히 테이트의 대중적 매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사회민주주의 성격이 강한 영국 사회의 전반적 성향은, 지금까지도 컬렉션 상설 전시를 무료로 개방하는 전통을 구축했고, 이는 비슷한 규모 및 성격의 외국 미술관들과 비교할 때 거의 전례가 없다. 국가의 미술 소장품을 국민에게 무료로 선보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하지만, 정부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이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한 철학과 실질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결정이다.

199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테이트 온라인은 단순한 미술관 웹사이트로서의 기능을 넘어, 테이트 소장품 전체를 담은 온라인 카탈로그와 강연 등 모든 이벤트들의 웹캐스팅 기능 등을 포함한다. 네 곳에 자리 잡은 물리적인 미술관 공간의 확장임과 동시에 독자적인 미술 공간으로 기능하는 테이트 온라인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학술 전문지 기능을 하는 ‘테이트 페이퍼스(Tate Papers)’, 실제 공간이 아닌 웹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BMW 테이트 라이브 퍼포먼스 등은, 자료 보존이나 정보 제공에 머물지 않는 역동적인 온라인의 역할을 잘 반영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영국 미술의 국립 컬렉션으로 시작하여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성장한 테이트의 역사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미술관으로부터 시범적인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한 미술관의 비전과 도전 의식이 한 나라의 미술 지형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국제 미술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정치적 의도나 경제적 상황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한 국가의 현대미술의 위상을 높일 방안을 구상하는 데 좋은 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테이트 모던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 센터/ 큐레이터 이숙경

이숙경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이던 이숙경은 1996년 런던 시티대학 예술비평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고 이후 에섹스 대학교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영국 내 다양한 예술 기관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말 테이트리버풀로 옮겨 큐레이터이자 테이트 미술관의 아시아-태평양 소장품 구입위원회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테이트 모던 아시아 태평양 리서치 센터에 큐레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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