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롤리움 프로젝트는 영국에 4천여개의 버려진 주유소가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시작되었다. ©

어셈블

2015 터너상을 수상한 어셈블(Assemble)의 멤버 루이 슐츠(Louis Schulz)와 루이스 존스(Lewis Jones)가 ‘문화, 미래의 열쇠'를 주제로 진행된 문화융성포럼의 기조연설자로 참여하기 위해 12월 둘째 주 한국을 방문하여 서로 매우 다른 두 도시인 서울과 남원을 둘러보았습니다.

어셈블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동행했던 주한영국문화원의 '한영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과 프로젝트 매니저가 어셈블의 작업을 소개하고 그들의 작업방식을 2회에 걸쳐 공유합니다~  

어셈블: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예술단체 

어셈블은 런던을 중심으로 예술, 건축, 디자인 전 영역에 걸쳐 지역사회와 공간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예술단체입니다. 이들은 2010년에 버려진 영국의 한 주유소를 영화관으로 만드는 시네롤리움(The Cineroleum) 작업을 계기로 모인 총 18명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지역주민에게도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참가자이자 협업자로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2015년 그들은 리버풀 그랜비에서 진행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ur Streets)’로 유럽에서 가장 명망있는 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당시 개인이 아닌 그룹이 그리고 건축, 디자인 분야 작가가 터너상을 수상한 것이 상 제정 이후 처음 있었던 일이었고, 멤버들의 나이가 26-29세로 상당히 젊었기 떄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의 충격을 두고 가디언지의 샬롯 히긴스 기자는 ‘맨부커상을 구술시인(an oral poet)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테이트가 범주의 오류를 범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기사를 쓸 정도였습니다. 

그랜비 포 스트리츠

터너상 수상 전까지 어셈블은 절대 본인들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어셈블의 그랜비 포 스트리츠는 철거 위기에 놓인 테라스하우스(벽을 공유하는 여러 단독 주택을 연속적으로 모아놓은 저층 집합 주택)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20년에 걸친 사투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주민들이 수년간 지켜온 이 공공 장소와 집을 개조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여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2010년에 결성된 이래로 어셈블은 프로젝트 공간 안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커뮤니티와 긴밀히 협력하는 것으로 명성을 높였습니다. 한 때는 그랜비 스트리트도 생기가 넘치던 리버풀의 번화가였고,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한 커뮤니티가 모인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거듭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들로 인해 네 거리만 남기고 그랜비 스트리트의 집들이 모두 철거되었고, 그 곳에 살던 주민들도 도시의 여기저기로, 혹은 리버풀 밖의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어셈블의 회고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으로 이루어진 한 단체의 주도로 그들의 거리를 되찾기 위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고, “20년 동안 주민들은 치우고, 나무를 심고, 색칠하고 캠페인을 지속해서 벌였습니다.” 주민들은 마침내 ‘그랜비 포 스트리츠 주민토지신탁(Granby Four Streets Community Land Trust)’을 결성했고, 빈 집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affordable) 주거시설을 만들 수 있는 비전을 갖추기 위해 어셈블을 고용했던 것입니다.

어셈블은 ‘풍부한 자원과 DIY 정신'을 기르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공공 공간을 만들고 10개의 집을 수리하면서 주민들에게 워크숍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모든 작업이 지역주민과의 파트너십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자 30년 이상 방치되고 소외되었던 집에 비로소 새로운 사람들이 입주하기 시작했고 커뮤니티에 새로운 삶의 바람이 불게 되었습니다. 

터너상 수상 전까지 어셈블은 절대 본인들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 스스로도 꽤 혼란스러웠어요.”라고 2015년 11월, 옵저버지의 건축 기자인 로만 무어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터너상 후보로 오른 것에 대한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어셈블의 멤버 프란 애절리(Fran Edgerly)는 테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터너상 후보로 선정된 것이 조금 불편한 감정을 들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랜비는 지금까지 굉장히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곳인데, 갑자기 이 곳에 고상한 시선이 들어와 여기 사람들의 삶, 공간 점유 방식과 활동들을 지켜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랜비 스트리트 일러스트
일러스트로 표현한 그랜비 스트리트 ©

어셈블

그랜비 워크숍의 첫번째 결과물 ©

어셈블

그랜비 워크숍

그랜비에 대한 계속적인 조력의 방법으로 어셈블은 그랜비에서 만들어진 실험적인 가정용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판매하는 그랜비 워크숍을 설립했습니다. 각각의 제품들이 모두 다르며 제품 판매에서 얻은 모든 수익은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사업에 쓰입니다. 터너상 수상 후 그들은 워크숍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전시할 수 있는 쇼륨을 지었고, 미술관 방문객들이 실제로 제품을 보고 구매하여 프로젝트를 후원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어셈블의 다음 행보는?

한국에서 만난 그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담담했습니다.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센터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지금까지 어셈블 활동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냐'는 참가자의 질문에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어셈블의 작업을 멤버 모두에게 지속가능하게끔 하는 것이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라고 말하는 그들의 고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셈블에게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이제는 이스트 런던에 슈가하우스 스튜디오라는 공간을 마련해서 친목 모임이 아닌 정식 단체의 모습을 갖추었고, 빅토리아 시대의 공중목욕탕을 개조한 것으로 유명한 골드스미스 대학 아트 스튜디오와 연결된 건물을 골드스미스 아트 갤러리로 만드는 작업을 커미션 받기도 하는 등 터너상 수상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들의 프로젝트에는 시작도 끝도 없습니다. 그들의 웹사이트에 그랜비 포 스트리츠와 그랜비 워크숍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으로 떠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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