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설립 이래 지난 20년간 아트와 미디어 혁신을 추구하며 연구해온 FutureEverything과 파트너십을 맺은 영국문화원은 참가자 모집을 통해 한국의 디지털 및 문화, 미디어 분야에서 한 분을 선정하여 FutureEverything이 주최하는 페스티벌에 초청했습니다.
2015 FutureEverything Festival에는 현재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디지털 미디어 학부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연구 중인 김희은씨가 한국대표로 참가하였고, 페스티벌을 보고 느낀 경험을 담은 FutureEverything Festival 참가 후기를 작성하여 2편에 걸쳐 게재합니다.
FutureEverything 페스티벌 참가 후기 1편
2015년 2월 25일-28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2015 FutureEverything 페스티벌은 20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히 7개 국가에서 10명을 선발하여 글로벌퓨처랩을 진행하며 컨퍼런스 기간 동안 각자의 프로젝트를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1월 말에 FutureEverything 페스티벌 참가자로 선발된 나는 약 3주간 랩에 참여하게 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FutureEverything 홈페이지에서 미리 만나 이름을 익히고 그곳에서 보여줄 작품을 꼼꼼히 점검하며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었고, 마침내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영국 맨체스터로 향하였다.
FutureEverything 페스티벌은 글로벌퓨처랩의 워크숍과 컨퍼런스가 메인 행사로 각각 이틀 동안 진행되었고 컨퍼런스 기간 동안 개인별 프로젝트의 쇼케이스 시간이 지정되었으며 그 외 공연 및 콘서트, 친목 모임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이처럼 워크숍과 컨퍼런스, 쇼케이스, 공연 관람, 파티 등 다양한 형태의 행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페스티벌이었기에 글로벌퓨처랩 참여자로서 워크숍과 컨퍼런스 이외에도 여러 공연 및 행사에 초대되어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워크숍 글로벌퓨처랩 Workshop / Walkshop>
글로벌퓨처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약 이틀 동안 Strange Telemetry 연구원들이 주관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나를 포함하여 일본,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아랍에미리트연합, 영국 등 각 나라에서 예술, 기술, 혁신에 앞장선 10명의 젊은이들이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The Shed에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에 대해 토론하며 활발한 참여를 하는 자리였다.
워크숍 첫날 오전에는 각자 자기 소개를 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Strange Telemetry는 이번 워크숍에서 맨체스터 도시를 영감 삼아 도시 속에 스며든 역사와 문화를 시스템과 연관시키고 그것을 분석하여 미래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발견을 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맨체스터를 오감으로 직접 체험하고자 카메라만 챙겨서 밖으로 나가 걸어 다니며 진행하는 워크숍(Walkshop)이 시작되었다. 맨체스터라는 도시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처음 발을 디딘 상태로 출발했지만 도시를 걸어 다니면서 역사와 문화에 대해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들에 대한 설명과 건물 개조에 대한 정부의 규제, 맨체스터의 북쪽과 남쪽의 특징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북부는 과거 공업지대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는 반면에 남부는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학생들과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를 걸어 다니며 공간과 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잿빛의 낡은 콘크리트 벽에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는 창고처럼 보이는 허름한 공간을 보았다.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작업실이자 전시이기도 한 이 공간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걷다 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한 공터가 나왔다. 하지만 이 공터는 과거에 모든 혁명이 시작되었던 역사적인 공간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현재 눈에 보이는 공간이 과거의 시간과 얽혀있고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체험이었다. 크고 작은 여러 발견들로 맨체스터라는 도시와 조금 친해진 후 다시 워크숍 장소로 돌아왔다. 각자 걸어 다니며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그것이 지역적으로,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한 어떤 시스템과 디자인 형태를 띄고 있으며 미래에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에 대해 함께 토론하였다. 첫날은 이렇게 맨체스터라는 도시를 대상으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들로부터 그것의 이면에 나타난 시스템과 디자인, 미래에 대해 분석하는 방법론을 접하였다.
워크숍 둘째 날은 그룹을 나누어 같은 분석의 툴로 각자의 프로젝트에 대해 분석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컨퍼런스 기간 발표하게 될 인터렉티브 인스톨레이션 <Net Disruption-어렸을 때 한 번씩 해 봤을 실놀이에서 영감을 얻어 사운드 매핑을 결합한 작품> 프로젝트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고 이 작품이 갖는 지역적인 의미, 국가적인 의미, 또한 국제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지역적인 의미로 봤을 때, <Net Disruption>은 사운드 설치물이기 때문에 전시 공간이 중요하고 어디에 설치되어 어떤 관객과 소통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놀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의 ‘장(場)’을 형성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이 작품을 국가 범위보다 넓게 바라봤을 때, 내 작품은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소리를 내기 위한 매개체로 이용하고 사운드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 가능한 디자인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놀이’를 통한 작품과의 인터렉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희의 측면에서도 세계 모든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작품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전시 공간과 데이터 매핑, 사운드와의 관계를 좀 더 넓고 다양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오후에는 각자 프로젝트에 대해 분석하고 살펴보았던 내용들을 놓고, 미래에 생길 수 있는 변수 및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 프로젝트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하였다. 이틀간의 랩은 매우 강도 높게 집중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다양한 국적의 여러 친구들과 함께 미래에 대해서 토론하고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나의 좁고 한정되었던 시각이 좀더 넓어지는 것 같았다. 또한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어서 매우 신선했다.
참가후기 2편에서는 <Net Disruption> 프로젝트 발표를 중심으로 페스티벌에 대해 더 소개하도록 하겠다.
김희은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X Medialab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 중이며, 인터랙티브 아트, 사용자 경험 디자인 등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FutureEverything과 페스티벌
FutureEverything은 1995년에 설립되어 지난 20년간 디지털 시대의 핵심 화두인 기술, 사회, 문화의 수렴에 대해 연구해왔다. 커뮤니티 네트워크와 정기적인 행사들을 통해 기획자, 개발자,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도시계획가, 정책입안자 등을 연결시켜주며, 그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공동작업을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있다.
Future Everything이 주최하는 FutureEverything Festival은 디지털 및 문화 분야의 일선 전문가들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경험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 대규모 컨퍼런스, 음악, 전시회와 실시간 이벤트, 새로운 기술과 창의적 사회적 실험을 위한 시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4년에는 17,000여 명이 FutureEverything을 방문했으며 영국의 가디언지(The Guardian)는 FutureEverything을 전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