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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영국문화원

UK-Korea Catalyst는 영국문화원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마련한 한·영 창조·사회 기업가 교류 프로그램입니다. 

2015년에 진행된 제2차 UK-Korea Catalyst에 참여한 국내 창조·사회 기업가들의 영국 기업 방문기 연재를 통해 영국의 떠오르는 창조·사회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로 소개할 기업은, 사용자 중심의 혁신적디자인의 산실 ‘스페셜 프로젝트(Special Projects)’ 입니다. 디자이너 브랜드 ETHRICA(에트리카)의 공동 CEO인 안지혜 대표가 방문 후기를 통해 소개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스페셜 프로젝트’의 디자인 철학과 혁신성을  확인해보세요.

'스페셜 프로젝트' - 혁신과 창조성은 수익구조가 아닌 디자인 그 자체에서 비롯된다 

스페셜 프로젝트(Special Projects)는 제품 디자인을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느 디자인 스튜디오와는 다르게 그들은 스스로를 ‘발명을 하는’ 스튜디오라고 소개하기도 한다는 것인데, 그만큼 그들의 디자인은 실제로 새로우며 혁신적이다. 그리고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이 아닌, 끊임없이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들은 스스로를 ‘스페셜 프로젝트’라고 이름 지었다. 

혁신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재미있는 공간이라는 사실과 달리 부인 클라라와 남편 에이드리언, 두 웨스타웨이(Westaway)부부가 운영하는 이 스튜디오는 고객으로부터 디자인을 아웃소싱 받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페셜 프로젝트는 문제를 풀거나 기회를 찾고자 하는 전 세계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삼고 있으며, 그들의 작업을 진행한다. 그들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는 고객으로는 삼성, 노키아(Nokia), 버튼(Burton)과 같은 국제적인 대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의 혁신성은 비즈니스 모델에 있지 않다. 매번 맡아 진행하는 작업 하나 하나, 포트폴리오 하나 하나가 스페셜 프로젝트를 창조 기업, 혹은 혁신적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요소들로 작용한다. IT와 밀접하며 기술성이 높아야 구현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만들지만, 동시에 IT접근성이 낮은 이들에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가장 아날로그적인 솔루션을 도출해 낼 경우도 있다(스페셜 프로젝트의 삼성 휴대폰 사용자를 위한 매뉴얼 디자인 ‘Out of the box’ 동영상을 참고하면 그들의 디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업무는 고객들이 의뢰한 케이스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실행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디자이너 본인들을 위한 스케줄 관리 제품이었는데, 소프트웨어와 연동된 레고 보드와 레고 블록으로 아날로그적이며 물리적인 방식으로 스케줄을 확인 및 업데이트 할 수 있게 하는 직관적인 발명품 BIT Planner가 그러하다.

‘디자인적 사고방식’: 디자인 작업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

‘디자인적 사고방식’(인간을 관찰하고 공감하여 소비자를 이해한 뒤, 다양한 대안을 찾는 확산적 사고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의 방법을 찾는 수렴적 사고의 반복을 통하여 혁신적 결과를 내는 창의적 문제 해결 방식) 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면서 업계에서는 디자인적 사고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은데, Special Project는 그러한 단어를 단 한 번도 쓰지 않고도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놀랄만한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사람에 대한 집요한 관심과 리서치가 있었다.

그 예로 삼성이 노인들을 위한 ‘효도폰’을 위한 매뉴얼 디자인을 의뢰했을 때,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는 어떻게 하면 더 자판을 크게 만들까, 더 기능을 쉽게 만들까 혹은 어떻게 하면 노인들에게 더 아름다워 보이는 바디를 제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종전의 효도폰 모델들의 리서치를 위해 타사의 제품들을 샅샅이 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페셜 프로젝트의 접근은 조금 달랐다. 노인들을 모아놓고 그들이 원하는 휴대폰에 대해 물었고, 노인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찾아내는 데에 디자인 작업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 결과로 그들은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매뉴얼을 개발해내었다.(삼성이 생산하는 휴대폰 모델들이 각자 다른 크기를 가지고 있기에 아쉽게도 스페셜 프로젝트의 디자인이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용자에 대해 그들이 쏟는 관심과 집요함이 스페셜 프로젝트가 자부하는 디자인의 ‘혁신’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들은 작업 시간 전체의 반 정도를 리서치에 투자하며, 이는 대략 2-3개월 가량이라고 한다. 

디자인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포지셔닝

디자인 외주 업체들의 경우 고객들의 까다로운 요구 때문에 – 특히 대기업의 경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꺼리는 조직과 의사 결정 구조로 인해 – 스튜디오나 대행사가 제시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페셜은 그들의 영역을 정말 ‘Special’한 것으로 한정 짓고 고객들이 위험을 감수할 것을 기대하고 감안하여 스페셜 프로젝트를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핵심적인 입지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구축해 내었다.

스페셜 프로젝트의 디자이너들에게는 ‘나는 고객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제공할 것인가’ 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Magic, Experiment, Empathy, Unexpected, Calm 이라는 정확한 모티브와 디자인 철학이 있었고, 그들은 이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기대하는 단골 고객들을 확보해냈다. 자연스럽게 스페셜 프로젝트는 다른 조건들에 구속받지 않고 더욱 더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양을 일구었다.  

한국에의 시사점

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들도 디자인적 사고를 실제 디자인 작업 과정에 적용하고자 노력해 왔다. 디자인이든 제품이든, 결국은 솔루션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오래 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디자인적 사고에 관한 관심은 몇번의 워크숍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영세한 국내 기업가들이 실제로 이를 구축하기 위한 환경이나 생태계가 영국의 상황과는 현저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셜 프로젝트를 통해 본 가능성은, 사용자를 향한 관심과 그들을 위한 디자인 개발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경제적인 성과도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실질적인 보상을 보장받을 수 없는 디자이너나 스튜디오의 경우,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그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과 한계점도 보였다. 뚜렷한 답이나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싶은 부분이다.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ETHRICA(에트리카) 공동대표 안지혜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신진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ETHRICA(에트리카)의 공동 대표인 안지혜가 이끄는 에트리카는 아프리카에서 직접 개발, 수가공된 원단을 활용한 의류를 디자인ˑ제작ˑ생산하고 국내의 30여 개 매장에서 벌어들인 판매 수익을 동아프리카 현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봉 및 디자인 교육에 재투자하고 있다. 패션 윤리 회복과 패션을 통한 아프리카의 빈곤ˑ인권 문제의 해결에 힘쓰고 있다. 

한·영 창조·사회 기업가 교류 프로그램 UK-KOREA CATALYST

영국문화원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은 2014년, 한·영 창조·사회 기업가 교류 프로그램인 UK-Korea Catalyst를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 첫 해인 2014년에는 영국의 창조·사회 기업가들이 한국을 방문하였고, 2015년 2차 UK-Korea Catalyst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창조·사회 기업가 8명이 영국을 방문하여 영국의 떠오르는 스타트업 기관과 기업들을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UK-Korea Catalyst 프로그램은 한·영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양국의 창조·사회 비즈니스 현황, 각 기업·기관의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들을 공유하고 나아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사회, 경제, 환경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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