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ffield Doc/Fest 수상작을 발표하는 시상식 ©

박혜미

2017년 6월 9일부터 14일까지 제23회 셰필드국제다큐영화제가 개최되었습니다.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셰필드국제다큐영화제는 1994년 영화관이 문을 열기 직전에 처음 열렸고, 이제는 셰필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큰 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셰필드국제다큐영화제를 다녀온 DMZ국제다큐영화제 박해미 프로그래머가 그 축제의 현장을 1, 2편으로 나누어 전해드립니다.

다큐영화제를 통해 알아가는 낯선 도시와 나라

지난 6월 초, 영국문화원의 후원으로 영국 북부에 위치한 도시 셰필드에서 열리는 셰필드국제다큐영화제(Sheffield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에 다녀왔다.

매년 9월 고양과 파주시에서 열리는 DMZ국제다큐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 다른 국가의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다큐영화제를 찾는 일은, ‘일’ 혹은 ‘업무’의 연장선에 있기도 하지만 낯선 도시, 낯선 나라를 경험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해, 영화제에서 준비한 영화를 보고, 행사에 참여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 도시를, 그 나라를 조금씩 알게 된다.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영화제가 열리는 극장에서 내내, 그러니까 유명한 관광지나 사람들이 즐겨 찾는 박물관, 유적지, 명소, 맛집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도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과 현실이 고스란히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를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보면서, 그 영화에 대한 그들의 반응과 질문, 대화를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그 도시를, 그 나라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 셈인데, 가끔은 어떤 관광이나 여행보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 깊고 더 진하게 그 도시의 속살을 슬쩍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제가 진행될수록, 페스티벌 패스를 찬 사람들로 거리가 분주해지고, 그만큼 도시도 생기를 띤다. ©

박혜미

셰필드 시내 야외에 마련된 야외 영화 상영장. 지나가다 들러 단편영화도 보고, 햇빛도 쬐고! ©

박혜미

국제다큐영화제가 셰필드에서 개최되게 된 이유

셰필드는 인터넷을 뒤져도 그리 많은 여행 정보가 나오는 곳은 아니다. 영국에서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셰필드 대학교(University of Sheffield)와 영화 <풀 몬티 The Full Monty>의 배경지 정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철강산업이 번창했으나 이제는 쇠락한 도시, 실업과 빈곤, 대처리즘 같은 단어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각인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면서 지역 혁신을 통해 문화산업 도시로 변신하였고, 이제는 음악, 영화 등 문화산업체가 들어서고, 고용 인원 증대와 수익 창출을 하는 새로운 혁신도시로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런던에서 기차로 2시간 반이 걸려 도착한 도시의 첫 인상 역시 셰필드 대학교의 건물들과 어우러진 공원과 잔디밭, 극장과 박물관, 갤러리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성당과 시청 등의 건축물 등이 어울려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1994년에 시작된 셰필드다큐영화제(Sheffield Doc/Fest)의 개최 준비에 착수한 것은 1990년이라고 한다. 원래 이 영화제는 브리스톨(Bristol)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셰필드의 영화 제작자와 학자들이 셰필드를 영화제 개최지로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는 셰필드가 한창 문화산업 도시로 변신하는 시기로, 미디어 제작 기반을 갖추고, 대학에 영화, 저널리즘과 미디어 스쿨이 생겨 학생들의 수도 늘어나고 영화 상영 등의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에 영화제 개최지로 더없이 적당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셰필드다큐영화제는 이제 20년이 넘는 역사를 기록하며 유럽 최대 국제다큐영화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6만 명이 넘는 관객과 다큐멘터리 제작자, 산업 관계자들이 매년 6월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그리고 다큐멘터리 공동 제작과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마켓에 참석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위해 이곳 셰필드를 찾는 것이다.

필자: DMZ국제다큐영화제 박해미 프로그래머

DMZ국제다큐영화제의 박혜미 프로그래머는 지난 3회 영화제부터 합류하여 올해로 6년째 영화제를 지키며 영화제의 방향 설정, 출품작 선정, 각종 프로그램 부대 행사 계획 등 영화제 전반에 대하여 총괄하고 있다. 

관련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