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계 셰익스피어 학술총회 참가 후기 - 2편

올해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고 즐겨 읽는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서거한 지 400년이란 시간이 지난 현재도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지며, 세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그의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지고, 읽혀지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셰익스피어 학회의 정보이사 서동하 교수가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븐(Stratford-upon-Avon)에서 개최된 세계 셰익스피어 학술총회(World Shakespeare Congress, 2016. 7.31~ 8.6)의 의미와 영국유학 시절의 추억을 되살렸던 참가 후기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학술총회의 현장 스케치와 다양한 프로그램, 참가 소감 등을 전달해 드립니다. 

2016 세계 셰익스피어 총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프로그램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고향 마을을 관통하는 에이본(Avon)강가에 위치한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가 주최한 환영 연회를 시작으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 학술축제의 서막이 열렸다. 

8월 1일(월)부터 6일(토)까지 진행된 총회 기간 동안 RSC 예술감독 그레고리 도란(Gregory Doran), 2013년 영국 국립극장 무대에 올려진 『오셀로(Othello) 』에서 주인공 오셀로 역을 맡아 매력을 발산한 배우 에이드리안 레스터(Adrian Lester), 영국 부커맨상 수상자이며 소설가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하워드 야콥슨(Howard Jacobson) 등 기라성같은 인물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일주일간 이어진 프로그램은 16개의 패널토론, 비평, 공연, 번역, 아시아에서 셰익스피어의 수용 등 40여 개의 세미나로 이루어졌다. 다채롭게 구성된 7개의 워크숍에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창작자들이 살아 숨쉬는 셰익스피어 극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무대예술과 시도들을 총집합하여 펼쳐보였기에, 아직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지루한 감정이나 피로감을 느낄 틈이 없었다. 

‘아시아에서의 셰익스피어’ 세미나에서 <로미오-더 씻김>을 소개하다

필자가 총회에 참석한 목적 중의 하나는 ‘아시아에서의 셰익스피어(Shakespeare in Asia)’를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 참석이었다. 2일차에 인도, 대만, 일본, 중국학자가 준비하여 개최한 이 세미나는 2014년 대만에서 창립된 아시안 셰익스피어 학회(Asia Shakespeare Association)에서 만나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하고 이어온 결실로 만들어진 기회였다. 

아시아 전통공연양식을 통해 각색된 셰익스피어 작품이 아시아 각국이 처한 정치, 문화적 상황을 어떻게 반영하고, 역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논의하기 위한 이 세미나에서 필자는 남도의 전통 씻김굿을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에 접목한 김태린의 연출작 <로미오-더 씻김>을 소개하면서 한국 전통연희가 지닌 현대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비극적 죽음으로 마감한 불행한 사랑의 주인공 로미오의 영혼을 불러내 한을 달래는 스토리를 지닌 이 작품은 이미 2015년 ‘창작 연희 페스티벌’에서 선정되어 국내 관객들에게 작품이 표방하는 전통연희의 현대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지만, 아직 국외로 소개되지 못해 아쉬워하던 차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아시아 학자들과 관객으로 참석한 세계 학자들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공연영상을 함께 보면서, 한국 전통연희의 생명력을 소개하고 현대사회의 힐링 열풍에 대한 소견을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만들어졌다.  

한국을 포함하여 아시아에 불고 있는 ‘셰익스피어 열풍’의 배경을 살펴보고, 미래 셰익스피어 연구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아시아 학자, 연출가, 공연가들의 관심과 노력은 올해 12월 초 인도 뉴델리(New Delhi)에서 열릴 아시안 셰익스피어 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의 홍보를 위해 총회 기간 중 아시안 학회 후원의 홍보만찬이 셰익스피어 센터(Shakespeare Centre)에서 열리기도 하였다.

세계 셰익스피어 학술총회 후반 행사와 <한국에서 셰익스피어의 이론과 실천> 워크숍

런던으로 이어진 총회의 후반부 행사에서는 대영 도서관(British Library)의 환영만찬,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음악감독 클레어 반 캠펜(Claire Van Kampen)이 들려주는 무대 위 셰익스피어의 음악 이야기가 이어졌고, 총감독 톰 버드(Tom Bird)는 세계 각국의 셰익스피어 공연무대가 어떻게 무한한 상상력과 생명력을 부여하는 공간으로 (재)생산되는지를 소개하면서 그 축제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특히 총회 기간 이후에 기획되었지만 한국 셰익스피어 학회와 주영한국문화원 후원으로 개최된 <한국에서 셰익스피어의 이론과 실천> 워크숍에는 50여명의 총회참석 학자들이 참가해 지난 50여년의 세월 동안 한국 학계와 공연계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희극 그리고 사극을 통해 과거 우리 사회의 사랑, 물질, 소외, 편견 그리고 타자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왔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평소 한국적 공연양식을 통해 각색한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공연현황과 특성을 세계 학계에 소개하여 왔으며, 이번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한 이현우 교수(순천향대)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21세기 한국 연극계에 불고 있는 ‘셰익스피어 르네상스’에 대해 세계 학자들의 상당한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하였다.

5년 후 개최될 세계 셰익스피어 학술 총회를 기다리며 

필자는 이 후기를 쓰려다 보니 총회에 참석한 것이 마치 『한 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에 등장한 한 인물처럼 달콤하고 황홀한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지(Are you sure / That we are awake? It seems to me / That yet we sleep, we dream) 몰라 꽤나 망설였다. 총회가 열렸던 일주일의 시간은 절대로 깨어나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이기도 했고, 지난 400여년의 시간 동안 세계 문학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셰익스피어의 삶과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을 다룬 이번 총회의 감동을 짧게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여 아쉬움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 아쉬움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필자가 총회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스트랫포드의 셰익스피어 연구소에 다시 들러 발견한 한 광고 배너 덕분이었다. 박사과정 시절 늘 내 집처럼 차지하고 앉아 있던 도서관, 그 도서관의 사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무심코 한 구석에 서 있는 배너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셰익스피어와 필자를 연결시켜 준 주제인 ‘셰익스피어와 전쟁’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항상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는 학자를 꿈꾸던 필자의 꿈 제목이기도 하다. 현재 필자가 한글로 번역 중인 셰익스피어의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더(Troilus and Cressida)』는 트로이 전쟁을 다룬 작품이기에, 이 배너는 필자가 5년 후 다시 열리는 세계총회에서 셰익스피어와 전쟁에 관한 연구를 다른 참가자들과 나눌 기회를 갖기를 소망하게 하였다. 그렇게 익숙한 도서관 자리를 잠시 쓰다듬는 것으로 아쉬움을 모두 떨치고, 다음 세계총회를 기약하며 조용히 셰익스피어 마을과 작별을 고하였다.   

필자: 육군사관학교 서동하 교수 

버밍엄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동대학 셰익스피어 연구소(The Shakesepare Institute)에서 연구 기간을 거쳐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육군사관학교 영어과 영어영문학과의 조교수, 한국셰익스피어 학회의 정보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극에 사용된 장례행진곡(dead march)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가능성(Shakespeare Review, 2013)’, ‘랄프 파인즈 속 군사적 수사의 재조명(고전르네상스 영문학, 2014)’ 등의 논문을 집필하며 셰익스피어의 동시대적 해석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