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글래스고 켈틱 커넥션스(2014년 1월 16일~2월 2일)에 초청되었다. 올해는 쇼케이스 스코틀랜드(Showcase Scotland)의 인터내셔널 파트너로는 호주와 인도가 공식 초청되어, 스포트라이트 오스트레일리아(Spotlight Australia)스포트라이트 인디아(Spotlight Indi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와 인도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특히 올 여름에 글래스고에서 커먼웰스게임(The Commonwealth Games)이 개최되는 것을 감안하면, 호주와 인도를 파트너 국가로 초청한 것은 매우 의미있다. 

스코틀랜드의 1월은 추울 것 같다는 예상을 했지만, 글래스고에서 보낸 1월은 마일드했다. 우리가 머문 1주일 내내 눈이 아닌 비가 내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글래스고에선 많은 사람들이 잠깐 비친 햇살에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날씨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글래스고 출신 밴드 트래비스(Travis)의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왜 나에게만 항상 비가 내리는 걸까?)”라는 곡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농담에 다같이 웃기도 하였다. 다시 한번 햇살의 위력을 경험한 한 주였다고나 할까? 

켈틱 커넥션스 훑어보기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켈틱 커넥션스는 스코틀랜드의 간판 음악축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스코틀랜드 뮤지션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 기획된 쇼케이스 스코틀랜드는 올해로 15년째 진행되고 있다.

2014 켈틱 커넥션스 오프닝 무대엔 니콜라 베네디티(Nicola Benedetti)가 무대에 올랐으며 얼마 전 내한공연을 한 바 있는 모과이(Mogwai) 공연도 손꼽히는 무대였고, 줄리 포우리스(Julie Fowlis)카린 폴와트(Karine Polwart)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여 페스티벌 무대를 빛내주었다. 보비 워맥(Bobby Womack), 아마두 앤 마리암(Amadou & Mariam),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liday), 부이카(Buika),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의 OST로 아카데미 어워즈(Academy Awards), 바프타 (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를 모두 수상한 인도 첸나이 출신의 작곡가 라흐만(A.R Rahman)이, BBC 스코티시 심포니 오케스트라(BBC Scottish Symphony Orchestra)와 협연하기도 하였다. 

젊은 뮤지션들의 전통계승과 현대화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쇼케이스 스코틀랜드에서는 20대에 갓 들어선 젊은 연주자들이 대거 소개되었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전통언어인 게일릭(Gaelic)으로 된 가사로 노래를 작곡한다거나, 켈틱 멜로디를 차용한 전통 사운드의 현대화는 젊은 국악 연주자가 아직 제대로 설 무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 볼 때 상당히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음악은 학습에 의한 계승이 아닌 놀이와 같아 보였고, 가족 중심 문화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듯 전혀 억지스럽지도 않았다. 기성 세대들이 어린 연주자의 공연에 무한한 애정과 지지를 보내니 이 또한 너무나 흐뭇한 광경이었다. 그 중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아티스트로는 1991년생 레이첼 세르마니(Rachel Sermanni)가 아닐까 싶다. 

또 한 가지 두드러진 점은 레이첼 세르마니와 같은 어린 연주자를 포함한 여성 뮤지션의 활약이었다. 줄리 포우리스나 카린 폴와트는 이미 월드뮤직계에서는 잘 알려진 스코티시 여성 싱어송라이터라 할 수 있다. 그녀들이 이번 켈틱 커넥션스에서도 관객들과 아름다운 감성을 함께하였다. 특히 줄리는 무대 위에서의 여리고 단아한 모습과는 다르게 유머 감각 또한 빠지지 않았는데,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공연장으로 오는 중 택시에 탑승한 그녀에게 운전기사가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녀는 “올드 프룻 마켓(Old Fruit Market, 실제로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던 시장이 공연장으로 개조된 공간)으로 가주세요”라고 대답하였고, 이어 기사는 “오늘 거기서 공연이 열리느냐”고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녀는 “네, 오늘 멋진 공연이 열릴 예정이에요”라고 다시 대답하였다. “누가 공연하는데요?”라고 묻는 기사에게 그녀는 “제가 공연한답니다”라며 운전기사가 본인을 알아보지 못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며 큰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실제로 그녀를 글라스고에서 못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던 지라 그녀의 유머가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올해 켈틱 커넥션스 기간에는 스코틀랜드인이라면 손 꼽는 축제중의 축제,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를 기념하기 위한 번스 나이트(Burns’ Night) 행사가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들의 흥은 음악과 싱글 몰트 위스키의 진한 향과 함께 밤을 더욱 훈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글라스고 최대 규모 공연장인 하이드로(The SSE Hydro)에서 열린 켈틱 커넥션스 인터내셔널 번즈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는 후기 다음편에서 이어가보고자 한다. 

 

필자: 김민경 (소닉아일랜즈 대표)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Westminster)에서 Music Business Management로 석사 학위 취득.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과 에이팜(Asia Pacific Music Meeting)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한국 음악의 해외 진출과 문화 교류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록에서부터 재즈와 월드뮤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해외 공연 팀의 국내 기획 또한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3년에는 해외의 우수한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고, 동시대 한국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발굴하여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브랜딩, 컨설팅, PR &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소닉아일랜즈(Sonic Islands)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