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한국공연예술센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오선명 무용 프로듀서의 2014 ‘브리티시 댄스 에디션(BDE)’ 참관 후기에 이어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이 BDE에 참가하여 느낀 것들을 소개합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행사 참가를 통한 네트워크 확대가 우리나라 무용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4 브리티시 댄스 에디션에 참가하며

에든버러를 수십 번 다녀왔지만, 습도가 높은 날씨로 인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문화예술행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언제나 놀랍다. 

특히 이번에 참가한 브리티시 댄스 에디션(British Dance Edition, 이하 BDE)은 1998년 쇼케이스 중심으로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예술가, 프로모터 및 프로듀서 간의 커넥션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참가자들에게 퍼포먼스, 네트워킹, 시장 및 사회적 행사를 제공하는 큰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무용만 전문으로 하는 행사라고 하니 새삼 영국의 무용에 대한 열정과 그 시장의 규모가 실감나는 순간이다. 

또한 BDE는 이러한 행사의 목적에 맞게 사전에 참가자 명단을 공개한다. 참가자들끼리 미팅을 직접 조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출발하기 전 참가자 명단을 보니 예전부터 잘 알던 극장 및 페스티벌 관계자들 이름이 보인다. 또한 새롭게 접하는 이름도 많다. 이 안에서 어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 더욱 기대가 된다. 

국제 현대무용계의 중요한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

에든버러 현장에 도착하여 등록을 마친 후 신청한 공연 정보를 찾고 주변을 둘러본다. 

핀란드 풀문댄스페스티벌(Full Moon Dance Festival)의 피리오 일리 마우나울라 (Pirjo Yli-Maunaula), 덴마크 댄스할레나(Dansehallerna)의 부쉬 하트숀(Bush Hartshorn) 등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유럽 무용계에서는 영향력 있는 담당자들이 보인다. 또한 프랑스 생상드니(Rencontres chorégraphiques internationles de Seine-Saint-Denis)의 예술감독 아니타 마띠유와 캐나다 당스당스(Danse Danse)의 클로틸드 캬르디날 (Clothilde Cardinal)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프로그래머들이 참석하는 것을 보고, BDE가 얼마나 주요한 행사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제한된 시간과 장소 안에서 모든 참가자와 대화를 나눌 순 없었지만 한국에서 유선 혹은 이메일로 대화하는 것보다는 훨씬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현안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이 행사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새롭게 만난 사람들

BDE는 영국의 전국무용연합(National Dance Network)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인데, 이 단체는 영국의 무용 조직 네트워크라고 한다. BDE가 어디에서 개최될지 결정하고, 결정된 지역에 기금을 지원하는 것 등이 이 단체의 몫이다. 때문에 이 행사를 통해 다양한 무용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는 작지만 알찬 단체들도 많이 만나 볼 수 있었다.  

그 중 댄스4(Dance 4)는 무용과 다른 예술장르 간의 협업을 지향한다. 특히, 예술가의 리서치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에 신경쓰고 있는 한편, 자체 페스티벌 빅 댄스(Big Dance)까지 운영한다. 이 페스티벌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롬 벨(Jerome Bell), 디비에잇(DV8), 아크람 칸(Akram Khan) 등도 참가했을 정도라고 하니, 그 귄위를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단체 댄스 엑스체인지(Dance Xchange)는 아시아 무용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아시아 현대무용센터(Centre for Advanced Training for South Asian and Contemporary Dance)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BDE에서 가장 주목할 만했던 것은, 아시아 국가의 참가가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그간 일본 출신 안무가나 무용축제 담당자는 만나본 적 있어도, 동남아시아의 안무가나 예술 감독들은 만나볼 기회가 없었다. 예술감독 자야찬드란 팔라지(Jayachandran Palazhy)는 인도에서 현대무용 붐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전통적 무용이 지배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현대무용 붐을 꿈꾸다니. 꽤 진취적이다. 우리는 아시아권에서 현대무용 네트워크 및 시장이 너무 작은 것에 공감했다. 팔라지는 내게 꼭 인도에서 공연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무용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간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영국과는 많이 교류하지 못했는데, 이번 BDE를 통해 영국의 현대무용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전에 참가했던 무용 네트워크 플랫폼에 비해 아시아의 현대무용계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고, 영국 내 안무가나 무용기관들과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은 것도 큰 수확이다. 앞으로 이 행사를 통해서 한국의 현대무용계가 세계적인 무용 단체들은 물론 페스티벌 조직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쉬움보다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BDE를 떠난다.  

안애순 

안애순 무용단 예술감독  및 한국공연예술센터 무용 예술감독을 거쳐 2013년부터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