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축제, 번스 나이트
올해 켈틱 커넥션스 기간에는 스코틀랜드인이라면 손꼽는 축제 중의 축제,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를 기념하기 위한 번스 나이트(Burns’ Night)의 행사가 시내 곳곳에서 함께 열리게 되었다. 그의 동상은 글래스고 부흥의 시기를 잘 나타내어 주는 조지 광장(George Square)에 세워져 있다. 이 광장은 조지 3세왕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으며, 글래스고 심장부라 할 수 있다. 로버트 번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인이자 문학가로, 작품을 통해서 스코틀랜드 서민의 소박한 삶과 순수한 정서를 표현하는 것에 능숙했다. 스코틀랜드인들에게는 정신적인 지주로서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에게 표하는 스코틀랜드의 경의는 상당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세계 어디에서 번스 나이트 행사가 열리든 꼭 참석하고 싶어한다. 마치 로버트 번스가 살아있는 듯 그와 호흡하고, 그와 음악을 즐기고, 그와 위스키 잔을 기울이는 것 같다. 나 또한 글래스고 전역에서 진행되는 번스 나이트를 기대했다. 사실, 스코틀랜드의 전통 음식으로 분류되는 해기스(Haggis) 몇 점을 먹어보고 싶은 기대도 있었다. 아쉽게도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번스 나이트가 열린 하이드로(The SSE Hydro)의 외관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나 잠실 야구장을 연상시키지만, 그 규모는 올림픽 공원의 체조경기장 정도인 듯 하다. 하지만, 행사장의 크기에 비해, 제대로 번스 나이트를 즐기기엔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 규모가 너무 방대한 나머지, 참가자들끼리 유대감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켈틱 커넥션스와 연계해 번스 나이트를 진행하려 했던 의도는 확실히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지난 편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이번 켈틱 커넥션스 파트너 국가로 인도와 호주가 선정되어 두 나라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한 만큼, 그들이 번스 나이트 공연에도 참가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스코틀랜드와 두 국가와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자 했던 것 같다.
스코틀랜드 전통을 지키는 공연 단체, 페이스 로스
그 중에서도 페이스 로스(Feis Rois)의 공연을 잠시 소개할까 한다. 페이스(Feis)는 게일릭 언어로 페스티벌이라는 뜻이며, 로스(Rois)는 그들의 고향을 뜻한다. 즉 페이스 로스는 그들의 뿌리를 축하하는 페스티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1986년에는 50여명이었던 페이스 로스가 이제 약 300여명으로 구성되어 음악도 배우고, 공연도 이어나간다고 한다.
수많은 스코틀랜드 뮤지션들의 공연을 차치하고 페이스 로스의 공연을 인상적으로 보게 된 이유는 나에게 한국 음악의 미래를 어떻게 밝힐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학교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바이올린과 플룻을 배우는 학생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국악 관현악단 멤버로 활동하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다. 페이스 로스의 공연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청소년들이 우리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고 젊은 뮤지션을 끊임없이 양성하기 위한 노력은 이번 켈틱 커넥션스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그 장면 장면들을 잊을 수 없다. 필자가 방문하였던 글래스고 시내 수많은 공연장 중 단 한 곳도 어느 한 계층의 관객이 몰리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젊은 뮤지션을 기특하게 바라보는 노년층의 관객들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관람하고 있는 젊은 관객들의 눈빛이 빛났다. 모든 공연들은 그야말로 파티였다. 켈틱 커넥션스 프로듀서인 리사 와이톡(Lisa Whytock)은 말한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민족이라고… 아무리 춥고, 비가 와도, 위스키만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파티는 계속된다고…
그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파티 스피릿이 오늘 날 전 세계에서 번스 나이트를 함께 즐기는 기반이 되었고, 수많은 젋은 친구들이 게일릭 언어와 전통 멜로디로 구성된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데 큰 공헌을 할 수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 김민경 (소닉아일랜즈 대표)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Westminster)에서 Music Business Management로 석사 학위 취득.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과 에이팜(Asia Pacific Music Meeting)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한국 음악의 해외 진출과 문화 교류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록에서부터 재즈와 월드뮤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해외 공연 팀의 국내 기획 또한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3년에는 해외의 우수한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고, 동시대 한국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발굴하여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브랜딩, 컨설팅, PR &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소닉아일랜즈(Sonic Islands)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