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연되는 니하이의 <데드 독> ©Steve Tanner
국내 초연되는 니하이의 <데드 독> ©

Steve Tanner

주한영국문화원과 LG아트센터를 통해 2016년 봄, 최초로 한국에 소개되는 니하이 씨어터(Kneehigh Theatre)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활기차고, 창의적이며, 인기 있는 극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야말로 가장 “핫”한 단체입니다. 

런던 내셔널 씨어터부터 브리스톨 올드 빅 씨어터,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등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단체뿐 아니라 웨스트엔드 뮤지컬 프로듀서들까지 매혹시키며 수많은 영국 공연 관계자로부터 가장 협업하고 싶은 단체로 손꼽히고 있기도 합니다. 니하이가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와 함께 국내 초연하는 <데드 독> 공연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 <데드 독> 한국 초연: 2016년 4월 21일~24일 LG아트센터 

왜 그들은 니하이에 열광하는가? 

1980년, 배우이자 연출가인 마이크 셰퍼드(Mike Shepherd)는 자신의 고향인 영국 남서부 해안 지방 콘월(Cornwall)에서 농부, 배관공, 간판공, 학생, 카페의 기타리스트 등 단 한번도 연극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 연극 워크숍을 열게 되었다. 변변한 극장이 없다 보니 마을회관, 공원, 광장, 선착장 등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공연을 했다. 소재 역시 다양해서 마을의 신화에서부터 유명한 영화, 소설 등 흥미로운 이야기라면 무엇이든지 작품으로 만들었고, 모든 배우들이 세트와 소품을 직접 만들고 연기와 노래는 물론 악기까지 직접 연주했다. 

이들은 ‘니하이(Knee-high)’라는 극단의 이름처럼 무릎 높이의 자세로 어떠한 연극이론이나 메소드도 거부한 채, 오직 뜨거운 열정과 기발한 아이디어, 창의적인 무대 그리고 새로운 연극적 경험으로 관객들을 열광시켰고, 곧 영국 전역으로 소문이 나면서 전국 곳곳에서 이들의 공연을 보고, 또 함께 공연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토록 소박하게 시작한 니하이 씨어터(Kneehigh Theatre)는 창단 20년 만에 엠마 라이스(Emma Rice)라는 재능 있는 연출가를 영입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배우로 니하이에 합류한 엠마 라이스는 곧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아 마이크 셰퍼드와 함께 공동 연출가로 임명되면서 <분홍신(The Red Shoes)>, <밀회 (Brief Encounter)>,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and Yseult)>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면서 니하이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엠마 라이스는 2016년부터 런던의 셰익스피어 글로브 씨어터(Shakespeare’s Globe) 예술감독으로 임명되면서 영국 공연계는 그녀의 재기발랄하고 창의력 넘치는 에너지가 글로브에 큰 활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뮤직 씨어터를 표방하고 있는 니하이의 작품에는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상업 뮤지컬과는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와 날것의 에너지, 그리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함께 한다. 니하이는 런던 국립극장과 같은 최고의 무대에서도 공연하지만 야외 무대와 천막 무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하는 극단의 특성상 기계적인 효과는 최소화하면서 모든 배우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세트도 직접 움직인다. 그렇기에 무대는 더욱 창의적이고 배우들의 열정은 더욱 빛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의 공연에는 “마법 같다”는 수식어가 종종 따라 붙는다. 

니하이를 시작한 연출가 마이크 셰퍼드 ©

Steve Tanner

21세기에 태어난 혁신적인 ‘거지 오페라’

창단 35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하는 니하이 씨어터가 선보일 작품은 뮤지컬 <데드 독(Dead Dog in a Suitcase)>이다. 2014년 초연되어 그 해 영국 가디언 지가 뽑은 올해의 ‘Top 10 Theater’에 선정되기도 한 이 작품은 뮤지컬의 효시라고도 일컬어지는 존 게이의 1728년작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봉건군주제도가 무너지고 근대 산업사회로 가는 길목인 1720년대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존 게이의 발라드 오페라 <거지 오페라>는 당시 영국에서 유행했던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졌다. 화려한 세트와 의상을 뽐내며 알아듣지 못하는 이탈리아어로 공연하는 오페라에 열광하는 상류사회를 비웃듯 존 게이는 기존 오페라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도둑, 거지, 매춘부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짧은 노랫말과 친근한 리듬을 바탕으로 뇌물, 부패로 물든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풍자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1928년 독일의 연출가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이 각색한 <서푼짜리 오페라(The Threepenny Opera)>를 통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브레히트의 바통을 넘겨받은 <거지 오페라>의 21세기 버전인 <데드 독>의 원제는 <여행가방 속의 죽은 개 그리고 사랑 노래들)>이다. 이 길고 독특한 제목은 서양에서 내려오는 한 도시 괴담에서 따 왔는데, 지하철 계단에서 만난 한 남자가 금품을 노리고 선행을 베푸는 척 하다가 (가방 안에 죽은 개가 들어있는 지 모르고) 가방 주인을 헤치는 이야기로 돈이 지배하는 도시에서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교훈을 가진 괴담이다. <데드 독> 이야기의 구조는 원작을 그대로 따랐지만 캐릭터나 스토리는 현대 사회에 맞게 각색되었다. 

300년이 지나도 매력적인 스토리, 완벽한 즐거움으로 다시 돌아온 ‘데드 독’

초연 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은 이들의 다른 그 어떤 작품보다도 열광적이었다. “한번 보면 몇 번이든 다시 보게 될 것(Livepool ECHO)”이고, “그 어떤 뮤지컬과도 비교 불가능한 완전한 즐거움(Whats on Stage)”으로 가득 찬 “마법과도 같은 작품(The Public Reviews)”이므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공연(Seven Streets)”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원작이 가진 강한 드라마에 감각적이면서도 다양한 색깔의 음악이 주는 풍부함, 상상력 충만한 무대와 소품, 생동감 넘치는 배우들의 춤과 연기, 영국의 전통 인형극 ‘펀치 앤 주디’를 연상하게 하는 인형들의 풍자가 섞여 지루할 틈 없이 관객을 흥미진진함 속으로 몰아간다.

니하이의 작품에는 언제나 상상 이상의 즐거움이 함께한다. 그렇기에 니하이를 보기 위해 극장을 들어서는 동안에는 언제나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고, 공연이 끝나고 걸어 나오는 길에는 놀라움과 흐뭇함에 가슴이 뛴다. 이것이 니하이의 매력이며, 마법이다. 이제 우리도 니하이의 마법에 걸려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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