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리예술센터(대표 윤종연)는 한영 상호교류의 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2017-18년 영국 파트너와 공동으로 거리예술 교류사업을 추진하고자 2016년 6월 말 영국 현장 리서치를 진행하였습니다. 

한국거리예술센터는 이번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영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서 한국과 영국의 거리예술 전문가, 기관 간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축제 및 공연단체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서로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현장 리서치 후기 1편에 이어 이번 2편에서는 그리니치+도클랜드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임현진 서울거리예술축제 프로듀서가 바라본 영국 거리예술축제의 이모저모와 마켓 프로젝트를 함께 살펴보세요.

1. 그리니치+도클랜드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교류의 중심이었던 항구도시에서의 거리예술축제

그리니치는 템스 강 남쪽에 위치한 항구이자 교통의 요충지로서 경제, 사회적 발전의 중심이 되었던 지역이다. 현재는 과거의 화려함과 중세 시대의 유산을 간직한 채 도시 개발이 진행되어 뉴타운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니치를 상징하는 중세 건물인 왕립 천문대(Royal Observatory), 구 왕립해군학교(Old Royal Naval College), 커티 삭 호(Cutty Sark), 국립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 등은 축제의 첫 주 주말이면 관객들로 가득 차는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그리니치+도클랜드 인터내셔널 페스티벌(Greenwich+Docklands International Festival; 이하 GDIF)은 1996년에 시작된 이래 매년 6월 런던의 남동부 지역인 타워 햄릿, 그리니치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21년이 된 이 공연예술 축제는 연극, 무용, 거리예술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야외 공연예술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GDIF의 프로그램은 창립자이자 예술감독인 브래들리 헤밍스(Bradley Hemmings)가 구성하는데, 영국 및 주변 유럽 국가들의 우수 작품을 초대·제작하여 소개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있는 작품, 커뮤니티 그룹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공연 프로그램, 장애 예술인들의 작품 소개 등에도 초점을 맞춘다.  

축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은 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작품으로 구성되며, 열흘 동안 개최되는 축제 프로그램은 진행되는 장소와 일정에 따라 각각 그리니치 페어(Greenwich Fair), 모트 아일랜드(Moat Island), 댄싱 시티(Dancing City), 이그나이트(Ignite!)로 구분된다. '그리니치 페어'는 개막 공연을 필두로, 축제 개막 첫주 주말에 그리니치의 도심과 중세 건물들을 가로지르며 도시의 곳곳에서 밀도 있게 열리는 다양한 공연들을 포함한다. 그리니치 인근 학교와 연계하여 12세 이하 청소년들의 춤, 연극, 인형극, 워크숍, 놀이 프로그램 등을 보여주는 '모트 아일랜드'는 평일에 진행되며, 거리 무용/춤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프로그램 섹션인 '댄싱 시티'는 축제 폐막 전 주말 기간 중 카나리 와프(Canary Wharf)와 타워 햄릿(Tower Hamlet) 일대에서 열린다. 울위치(Woolwich) 지역에서 개최되는 '이그나이트'는 지역의 산업 시설과 역사로부터 영감을 얻은 작품들과 기계 장치들을 활용한 공연들, 그리고 폐막 공연이 진행된다.

2016년의 개막작은 축제에서 직접 제작한 ‘The House'라는 대형 작품으로 그리니치의 상징인 천문대를 뒤에 둔 구 왕립해군학교 광장에서 진행되었다. 특별히 이 작품은 축제의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아 독일 예술단체인 Pan Optikum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는데, 공중 공간을 활용한 오브제들과 왕립박물관 외벽에 입힌 미디어 파사드, 힙합과 현대 무용이 어우러진 안무 등 복합적인 구성의 공연이었다. 영국을 상징하는 건물인 퀸스 하우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으로,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프로그램들 중에는 기계 장치와 상징적인 오브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소개된 적이 없으나 많은 축제 관계자들이 주목해왔던 무용단체인 Motion House는 Nofit State Circus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 ‘Block’을 선보였으며, 건축물을 상징하는 대형 박스들을 쌓고 무너트리기를 반복하며 모션하우스 특유의 에너지와 움직임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외에도 Circus Geeks x Pangotic의 ‘Project Vee', Les enfants Terribles의 'The Fantastical Flying Exploratory Laboratory' 등의 작품에서도 기계 장치들의 활용이 눈에 띄었다.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장치들을 마련한 참여형의 작업들도 있었다. Gobbleddegook Theatre의 'Ear Trumpet'은 ‘듣는다’라는 감각을 바탕으로 관객들이 음파 탐지를 하며 공원 곳곳에 숨겨진 소리들을 찾아나서고, 픽션을 마주하게 된다. 관객들에게 역할을 부여하여 공간을 듣고 만지게 하며, 허구의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작품이었다. 도심 속 공원, 광장, 유휴 공간 등 다양한 장소들을 활용하여 공연함으로써 관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특별히 이번 축제에서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결정 직후 패널 토론이 열려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거리예술 분야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를 주제로 진지하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공공성을 지닌 예술로서 거리예술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 가운데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들로부터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브렉시트를 대하는 저마다의 방식을 읽을 수 있었다. 

축제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방향은 축제의 프로그램을 대할 때 각 작품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도시의 복잡성과 다양한 맥락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한다. 항구 도시로 개방되어 문화와 교류의 거점이었던 그리니치가 지금은 축제를 통해 다양한 가치들을 담아내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016년 GDIF 개막작 ‘The House’ ©

Steve Eggleton

XTRAX Shorts ©

Steven Crammond

거리예술 전문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Steven Crammond

2. Xtrax/GDIF Marketplace와 Shorts 프로그램: 거리예술의 주요 이슈가 공유되고 가치가 교환되는 장, 마켓 플레이스

축제에서 공연 프로그램 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마켓 프로그램은 GDIF의 파트너인 Xtrax과의 협력으로 진행되었다. Xtrax는 영국 거리예술축제들의 컨소시엄인 Without Walls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으로, 축제에 방문한 전문가들을 가장 먼저 마주하고 거리예술의 다양한 이슈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마켓 프로그램은 홍보부스인 Xtrax·GDIF Marketplace와 작품을 피치세션 방식으로 소개하는 Xtrax·GDIF Shorts로 크게 구성되었다. 개막 공연을 앞둔 낮 시간에 진행되는 Xtrax·GDIF Marketplace는 약 3시간 동안 밀도 있게 진행되는 아트마켓으로, 예술단체, 축제, 기관 등 다양한 주체의 홍보 부스들을 중심으로 축제에 참여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의 거리예술 단체들은 물론 호주 등의 국가에서도 부스 참여를 하였으며, 거리예술의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살피고 공연으로 참여하지 않는 전문가들과도 교류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그리니치 페어의 프로그램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는, 매일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시간을 활용하여 신작들을 소개하는 피치세션 Xtrax·GDIF Shorts가 진행되었다. 거리예술, 무용, 서커스 등 다양한 형태와 방식을 지닌 작품들이 소개되며 예술단체들은 적극적으로 파트너와 공동 투자자를 찾는다. 한국거리예술센터에서도 홍보부스에 참여하여 센터의 사업을 소개하며 국내 거리예술단체 및 관련 기관의 자료를 공유하고, 피치세션을 통해 한영 상호 교류의 해 프로젝트에 관하여 아이디어를 교환하였다.

축제는 단독으로 전문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Xtrax를 비롯한 런던을 포함한 영국 전역의 축제 및 다양한 전문가 집단과의 협력을 통하여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한다. 축제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는 지속 가능한 축제 운영의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하며 전문가들이 교류의 거점으로 축제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독립거리예술네트워크 (Independent Street Arts Network; ISAN UK), 영국 거리예술가 협회  (National Association of Street Artists; NASA UK)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닌 기관과 조직들도 마켓에 참여하여 축제와 티 타임 미팅, 저녁 리셉션 파티 등을 공동으로 주관한다. 이들은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지원을 일부 받으면서도 회원제도를 바탕으로 한 독립적인 조직을 유지하며 영국의 거리예술계를 대변하고, 회원들의 디렉토리 DB 구축을 통한 프로모션, 거리예술 관련 학술 연구 및 정보 교류, 문화예술 정책 입안을 추진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거리예술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유럽 및 타 국가와의 교류 목적과 방식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주로 축제에 국외의 작품을 초청하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이전과는 달리 창작단체, 전문가, 기관 간의 인적 교류가 증대되고 교류의 의미와 과정에 주안점을 두는 프로젝트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예술로서의 거리예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영국의 거리예술은 닮은 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리서치를 통해서 기존에 소규모의 교류에 머물렀던 양국의 거리예술이 어떤 협력의 가능성들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 거리예술을 통해 한국과 영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서로를 만나고, 공통의 관심사들을 주고 받으며 서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풍성하게 교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GREENWICH+DOCKLANDS INTERNATIONAL FESTIVAL (GDIF) 

  • 일자: 매년 6월 (2017년 6월 23일 - 7월 8일)
  • 장소: 런던그리니치, 타워햄릿 지역일대
  • 후원: Art Council England, Royal Greenwich Festivals, Foundation for Future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 홈페이지: http://www.festival.org
  • 운영주체: Greenwich+Docklands Festival / 비영리기업
  • 예술감독: 브래들리 헤밍스(Bradley Hemmings)

WITHOUT WALLS

영국 야외 공연예술축제들의 협력체로, GDIF는 Without Walls의 회원 축제 중 하나이다. 이들은 축제 간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으로 작품을 초청하거나 영국 거리예술 작품의 국내외 투어를 돕고, 공동으로 거리예술 작품 제작을 진행하며 새로운 양식의 실험과 기술의 적용을 지지하고 예술가들의 도전을 지원한다.

글: 임현진 서울거리예술축제 프로듀서